왜 ‘라벨 리터러시’가 건강을 좌우할까?
가공식품은 편리하지만, 선택을 잘못하면 “숨은 당·나트륨·지방”이 일상 섭취량을 순식간에 초과시킬 수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자유당(Free sugars)을 하루 총열량의 10% 미만으로, 더 나아가 5% 미만(약 25g)으로 줄일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나트륨은 2,000mg/일(소금 5g) 이하를 제시합니다. 이 두 축(당·나트륨)을 관리하는 데 라벨 읽기 실력이 결정적입니다.
라벨 구조 한눈에 이해하기
- 총내용량 vs 1회 제공량 — 봉지·컵 하나가 ‘1회 제공’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한 용기에 2~3회분이 들어있다면, 표기된 수치를 섭취한 분량만큼 곱해야 실제 섭취량이 됩니다. 우리나라 라벨은 1회 제공량 / 100g(ml) / 1포장 단위로 표시할 수 있습니다.
- 열량(kcal) — 1회 제공량 기준으로 표기. ‘제로·무가당’이라도 다른 성분(지방·전분·당알코올)으로 칼로리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 주요 영양소 — 탄수화물(당류), 단백질, 지방(포화/트랜스), 나트륨이 기본. ‘%영양소기준치’는 1일 권장치 대비 비율로, 상대 비교에 유용합니다. :contentReference[oaicite:2]{index=2}
- 강조표시(무·저·프리·라이트 등) — 식약처 고시에 따른 정의·임계치를 충족할 때만 사용 가능. 문구만 보지 말고 실제 함량(숫자)을 반드시 대조하세요. :contentReference[oaicite:3]{index=3}
1. ‘당(糖)’ 함정 피하기
1) ‘총당류’와 ‘첨가당’의 차이
국내 영양성분표의 ‘당류’는 자연당+첨가당 합계입니다. 과일·우유 속 천연당과 설탕·과당시럽·시럽류 등 첨가된 당이 모두 포함되는 구조죠. 즉 ‘당류 15g’이라고 적혀 있어도 얼마가 첨가당인지는 라벨만으로 확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성분명(원재료명)에서 설탕, 액상과당, 올리고당, 시럽, 농축과즙 등을 함께 확인해야 ‘첨가당’ 존재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질병청 공식 안내도 당류 표기가 ‘자연당+첨가당’ 합산임을 명확히 밝힙니다.
WHO는 자유당(Free sugars)—첨가당과 100% 주스·농축과즙 등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되 가공으로 ‘자유’ 상태가 된 당—을 10% 미만(권고), 5% 미만(조건부 권고)으로 줄일 것을 제시합니다. 이 기준을 1일 2,000kcal로 환산하면 10%는 50g, 5%는 25g 수준입니다.
2) ‘무당·무가당·제로슈거’의 오해
- 무가당: 제조 과정에서 설탕을 추가로 넣지 않았다는 뜻일 뿐, 원재료(과일·우유 등) 속 자연당은 있을 수 있습니다.
- 제로슈거/무당: 당류가 0g에 근접함을 의미하지만, 대체감미료·당알코올이 들어 있어 단맛은 유지될 수 있고, 제품에 따라 열량·나트륨이 높을 수 있습니다.
- 2024.7 고시 개정: 소비자 오인 방지 위해 ‘무당·무가당·제로슈거’ 표시 시 감미료 함유 여부와 열량 고지 의무가 강화되었습니다(요약·해설 자료). 문구만 보고 “무조건 건강식”으로 판단하지 마세요.
3) 음료·디저트 라벨 빠르게 거르기
- 1회 제공량과 실제 섭취량 일치? 페트 한 병=2회분이면 당류·열량을 2배로 계산.
- 성분표에서 첨가당 단서어 탐색: 설탕, 포도당, 과당, 시럽류, 농축과즙, 말토덱스트린.
- WHO 기준 역산: 당류 25g은 WHO 5% 한계치에 해당(2,000kcal 가정). 하루 총량에서 빼고 생각.
2. ‘나트륨’ 함정 피하기
WHO의 성인 권장 상한은 나트륨 2,000mg/일(=소금 약 5g)입니다. 가공식품·외식에 나트륨이 집중되어 있어, 라벨을 통한 사전 차단이 가장 현실적입니다. (소금 g ↔ 나트륨 mg 환산: 소금(g) ≈ 나트륨(mg) × 2.5 ÷ 1000
)
1) 저·무·감(減) 나트륨 표기의 의미
‘저나트륨’, ‘나트륨 〇〇% 감소’ 등 저감 표기는 고시 기준을 충족해야 사용 가능합니다. 제품 전·후 비교만 강조하고 절대량(mg)을 숨긴 경우가 있으니, 반드시 실제 mg 수치를 확인하세요. 식약처는 나트륨·당류 저감 표시기준 가이드라인을 통해 저감 표시의 사용 요건과 표기 방법을 제시합니다.
2) 국·면·라면류 체크포인트
- 분말스프/액상스프 나트륨을 합산 표기하는지 확인.
- 1회 제공량 vs 1포장: “1회 1/2개” 설정 후 %기준치를 낮춰 보이는 ‘눈속임’에 주의.
- 국물 섭취량 가정치: 라벨 기준은 국물 일부 섭취를 전제로 할 수 있으니, 실제로 “국물 절반만” 마셔도 나트륨은 높습니다.
3. ‘지방’ 함정 피하기(포화·트랜스 중심)
1) 포화지방: 심혈관 위험과 직결
포화지방은 LDL 콜레스테롤을 높여 심혈관질환 위험을 키울 수 있습니다. 라벨에서 포화지방(g)과 %영양소기준치를 함께 확인하고, 튀김·크림·가공 디저트에서 특히 경계하세요.
2) ‘트랜스지방 0g’의 진실
우리나라 라벨은 1회 제공량당 0.2g 미만이면 ‘0g’으로 표시할 수 있습니다(일부 유지류는 100g당 2g 미만 ‘0’ 허용). 즉 1회분을 작게 쪼개면 ‘0g’이라도 여러 회분을 먹을 때 누적 섭취가 생길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원재료의 경화유(부분경화유·쇼트닝) 사용 여부까지 함께 체크하세요.
라벨 10초 스캔 루틴(현장 활용법)
- 상단부터: 1회 제공량(회분 수) → 열량(kcal)
- 중앙: 당류(g)·나트륨(mg)·포화/트랜스지방(g) 숫자 먼저
- 우측: %영양소기준치로 상대 위험도 파악
- 하단: 원재료명에서 첨가당·경화유·나트륨원(정제소금, 베이킹파우더 등) 탐지
- 전면: ‘무·저·라이트’ 강조표시 ↔ 실제 숫자 대조
영양소별 ‘좋음/주의’ 기준표(간편 버전)
항목(100g/100ml 기준) | 좋음(녹색) | 주의(노랑) | 피함(빨강) |
---|---|---|---|
당류 | ≤ 5g | 5~10g | ≥ 10g (음료는 8g 이상 주의) |
나트륨 | ≤ 120mg | 120~400mg | ≥ 400mg |
포화지방 | ≤ 1.5g | 1.5~3g | ≥ 3g |
트랜스지방 | 0g (경화유 無) | 0~0.3g | ≥ 0.3g 또는 경화유 有 |
사례로 배우는 라벨 판독
1) 제로슈거 탄산음료’
- 당류 0g, 열량 0~5kcal 표기. 문제는 나트륨(1회 90mg). 한 병이 2회분이면 총 180mg.
- 감미료(아스파탐·수크랄로스 등) 함유 문구 확인. 2024년 개정 이후 감미료·열량 고지 강화 추세.
2) ‘저나트륨’ 컵라이트 스프
- ‘30% 나트륨 감소’ 강조. 그러나 절대량은 1회 750mg. 한 컵=2회라면 총 1,500mg까지 상승.
- 저감 표기는 고시 기준 충족이 필요. 비교표기(기준 제품·감소율·측정조건) 확인.
3) ‘트랜스지방 0g’ 과자
- 1회 제공량이 12g으로 작게 잡혀 ‘0g’. 1회당 0.19g이면 3회 섭취 시 0.57g 누적 가능.
- 원재료의 부분경화유·쇼트닝 존재 여부를 함께 점검.
쇼핑 리스트 최적화: 대체 선택 가이드
- 달콤한 RTD 커피 → 무가당 아메리카노(+우유 소량)
- 가당 요거트 → 무가당 그릭요거트 + 과일(자연당을 ‘식이섬유’와 함께)
- 라면/국물형 컵 → 건면/스프 절반 + 채소·단백질 토핑
- 튀김·크림 디저트 → 구움·통곡물 비스킷 + 견과(소량)
- 짠 과자 → 무염 견과·팝콘(무가당·저염)·통곡 스낵
라벨 법·제도 포인트(한국)
- 영양성분표 기본: 1회 제공량/100g(ml)/1포장 단위로 표기 가능, %영양소기준치 병기.
- 강조표시(무·저·Free·Low): 사용 요건 존재(영양소 저감·제거 등 제조·가공 과정 요건 포함).
- 트랜스지방 ‘0’ 표기: 1회 0.2g 미만 ‘0’ 허용(유지류 특례), ‘저트랜스’는 100g당 0.5g 미만 등 안내.
- 나트륨·당류 저감 표기: 표시기준 고시 및 가이드라인 참고.
- 당류 표기: 현재 ‘총당류’(자연+첨가)로 인지, 원재료명으로 첨가당 추정.
자주 쓰는 환산·판독 공식
• 소금(g) ≈ 나트륨(mg) × 2.5 ÷ 1000 (예: 800mg 나트륨 ≈ 소금 2.0g)
• WHO 당류 목표(2,000kcal 가정) → 10% = 50g, 5% = 25g
• ‘0g’ 트랜스지방이라도 1회 0.19g × 3회 = 0.57g 누적 가능
실천 체크리스트(프린트용)
- 1회 제공량 × 내가 먹을 회수 = 실제 섭취량 재계산
- 당류는 ‘숫자’ + 원재료명으로 첨가당 추정
- 나트륨은 mg → 소금 g 환산(하루 5g 이내 목표)
- 포화·트랜스지방 ‘0g’ 문구라도 제공량 크기와 누적 섭취 검토
- ‘무·저·라이트’ 강조표시는 고시 기준 충족 여부 + 절대량 확인
라벨을 숫자로 읽는 습관이 건강을 지킨다
멋진 문구보다 중요한 건 숫자입니다. 1회 제공량과 실제 섭취량을 맞춰보고, 당·나트륨·포화/트랜스지방의 절대량과 %기준치를 동시에 보세요. WHO의 당·나트륨 권고, 국내 표시기준을 생활 속에 적용하면 야외·배달·간편식 중심의 식생활에서도 충분히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작은 습관의 반복이 중장기 건강지표(혈압·체중·혈당·지질)를 바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