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프렙을 하면 편리한데, 왜 맛은 떨어질까?
밀프렙(meal prep)을 처음 시작했을 때 저는 세상을 다 얻은 줄 알았습니다. 주말에 몇 시간만 투자하면 평일 아침과 점심이 한결 여유로워졌고, 매번 메뉴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됐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한 가지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첫날은 맛있던 음식이, 이틀째부터는 식감이 죽고 풍미가 떨어진다는 점이었죠.
처음엔 재료가 문제인가 했습니다. 비싼 유기농 채소를 써도, 한우를 써도 결과는 똑같았습니다. 그러다 보관 방법을 바꿔보고, 조리 도구를 바꿔도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요리 연구가 친구가 알려준 한마디가 제 인생을 바꿨습니다.
그때부터 ‘70% 조리법’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고, 이를 제 밀프렙에 적용하면서 정말 첫날처럼 맛있는 음식을 매일 먹을 수 있게 됐습니다.
70% 조리법의 원리와 적용 방법
1. 70% 조리법의 과학
음식은 조리 과정에서 세 가지 변화가 일어납니다. 첫째, 재료의 수분이 빠져나가고, 둘째, 조직이 부드러워지며, 셋째, 풍미가 형성됩니다. 문제는 완전히 익힌 상태로 냉장·냉동했다가 다시 데우면, 수분이 과도하게 증발하고 조직이 무너져서 맛과 식감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100% 완성하지 않고, 70% 정도만 익힌 상태로 보관하는 게 핵심입니다. 재가열할 때 남은 30%를 완성하면, 수분과 식감이 살아있고 풍미도 신선하게 유지됩니다.
2. 채소별 70% 조리 노하우
- 브로콜리·콜리플라워: 끓는 물에 1~2분 데친 뒤 즉시 얼음물에 담가 색과 아삭함 유지합니다.
- 당근·단호박: 오븐에서 200℃로 10~12분만 굽기 (100%는 18분)
- 시금치·청경채: 끓는 물에 30초만 살짝 데친 후 찬물에 헹궈 물기 제거합니다.
- 파프리카·양파: 기름에 살짝 볶아 겉만 익힙니다.
3. 단백질별 70% 조리 노하우
- 닭가슴살: 겉이 하얗게 변할 때 불을 끄고, 뚜껑 덮어 잔열로 5분
- 달걀: 반숙으로 삶아 보관, 재가열 시 완숙 완성
- 소고기 스테이크: 미디엄 레어 상태로 보관, 먹을 때 팬에 살짝 구워 마무리
- 연어: 팬에 살짝 겉만 익히고, 재가열 시 촉촉함 유지
4. 곡물·면류·빵류 조리 팁
- 밥: 평소보다 덜 익히고, 냉동 전 물 한 스푼 추가 → 재가열 시 촉촉함 유지
- 파스타: 알덴테보다 살짝 덜 삶아 보관, 재가열 시 소스와 함께 마무리
- 빵: 반쯤 구운 상태(파르베이크)로 보관 후 오븐에서 완성
5. 조리 순서 최적화
밀프렙은 순서가 중요합니다. 저는 주로 이렇게 합니다:
- 오븐·찜 재료 먼저 (단호박, 감자, 닭가슴살)
- 데치기/볶기 채소 (브로콜리, 시금치, 버섯)
- 즉석 소스 만들기 (드레싱, 페스토)
6. 재가열 시 맛 살리는 방법
- 오븐·에어프라이어: 180℃에서 5~8분, 겉은 바삭 속은 촉촉
- 전자레인지: 덮개 씌우고 중간에 한 번 섞어주기
- 수분 보충: 물, 육수, 올리브오일 소량 첨가
7. 실패 사례와 해결책
처음에 저는 완전히 익힌 뒤 냉장했더니 브로콜리가 다음날 시들해졌습니다. 해결책은 70% 조리 + 얼음물 샤워였습니다. 닭가슴살은 100% 익혀 보관하니 퍽퍽해서 먹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반쯤 익힌 뒤 잔열로 마무리하니 촉촉함이 유지됩니다.
8. 응용 아이디어
이 법칙은 밀프렙뿐 아니라 캠핑 요리, 도시락, 홈파티 음식에도 활용됩니다. 특히 대량 조리할 때는 이 방법이 필수입니다.
70%의 마법을 경험해보세요
70% 조리법은 단순히 요리 시간을 줄이는 기술이 아니라, 맛과 건강을 동시에 지키는 비밀입니다. 이 방법만 익히면, 평일에도 첫날 같은 퀄리티의 음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번 주말, 70% 조리법으로 밀프렙을 해보세요. 아마 월요일 아침부터 ‘아, 내가 잘했다’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